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친구 엄마의 장례 소식을 접하기 며칠 전 자주 걷던 길가에서 죽은 비둘기를 봤고, 장례가 끝난 후 똑같은 길에서 구급대원들의 응급처치에도 살아남지 못한 노인의 시체를 봤고, 바르다 회고전을 보고온 다음 날 아녜스 바르다의 부고를 들었다


단 한번도 종교를 가져본 적이 없지만 모든 건 신이 주관하고 있다고 느끼며 모든 비극은 다 내 잘못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라고 생각해왔다. 좋지 않은 일이 닥칠때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가만히 받아들이기보다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 항상 생각하는데도, 왜 항상 나여야만 하고 나는 잘못 태어난게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잠식하는 건 어쩔 수 없다




내 사랑을 애도하며 

엉망이었던 시간을 뒤로 하고 사람 없이 잘 살아보려 했는데, 정말 잘 해보려고 했는데 자꾸 죽음을 보고 있어. 그렇게 되어버리고 보고 들은 게 죽음들이라 허망하고 억울해서 며칠을 밤마다 울었지만 나는 그래도 내 삶을 살아보려 해. 내 비극도 세상의 비극도 다 내 탓인것만 같고 죽을 것 같았는데도, 달라지는 건 없고 여전히 아무도 날 완전히 이해 못해서 열심히 슬퍼하고 잘 해볼거야